경험사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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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4일

자랑거리가 못되는 이야기라서 입밖으로 꺼내기가 민망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겠지요...

제 친구와 저는 서로 알게 된지 약 1년 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우정만큼은 10년지기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다른 친구를 통해 이 친구의 과거에(마약사용) 대해 들었지만 처음부터 맘에 들었던 녀석이라 선입견은 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우리의 나이도 있고 더이상 쾌락만 좆을 시기는 지났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녀석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려고 했었죠.

저의 의도를 알아차리곤 첨엔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 보지말자란 식으로 얘기를 하더니, 나중엔 자기의 과거를 하나둘씩 얘길 하더군요. 마약을 사용한지 횟수로 3년째인데, 길을 가다가 우연히 예전에 알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좋은 게 있다면서 필로폰을 내보이더랍니다. 이 친구는 마약에 대한 지식이 그 전까지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좋은 거라니까 그냥 호기심에 맞았는데, 그 길로 필로폰에만 집착을 하기 시작했고 직업도 버리고 약을 구할 수 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없이 전국 어디라도 돌아다녔다고 하더군요. 집을 나와서 다른 약을 하는 친구와 방을 구해 상습적으로 투약을 하고 또 다른 친구들에게도 마약을 소개하고...그러다 경찰에 노출이 되기 시작했으며 결국에는 검거가 되었습니다. 그의 첫번째 향정전과였죠. 첫번째 수감생활은 정말이지 엉망이었다고 하더군요...한때는 꽤 유명했던 조직의 폭력배였고 향정전과를 얻은 후에도 그는 뉘우침의 빛이 전혀 없었다고 그의 가족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무의미한 형을 살고 나와서 바로 다시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저를 알게된 직전까지 그의 마약사용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친구의 주변에는 다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폭력배나 유흥가의 주인, 직업여성..등등. 그러다 자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친구하자고 다가오니까 많이 놀랐던거죠... 전 현 대학생입니다. 평범하고 정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죠. 그 친구의 과거를 듣곤 '정말 아까운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꽤 똑똑하고 재능이 보이는 한마디로 비젼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거든요... 그놈의 마약만 아니라면 뭐라도 해먹을 친구였는데... 그런 생각이 자꾸 드니까 이 친구를 저 수렁에서 건져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죠... 아주 귀찮아 할 정도로.. 그러면서 계속 설득을 해나갔습니다. 마약에 대해 내가 우선 아는 게 있어야 대화가 통하고 또 좀더 설득력이 있어질거란 판단에서 도서관이고 인터넷이고 마약에 관한 정보면 닥치지 않고 다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약퇴치운동본부를 알게 되었고 그 친구에게 마퇴운으로부터 카피한 자료들을 보여주며 마약의 폐해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을 했죠. 그렇게 매일을 열심히 달리던 그 친구가 절 만난 후론 근 3개월 가량을 마약에 손을 대지 않더군요...어떻게 아느냐구요? 이 친구는 신기하게도 제 앞에만 서면 거짓말을 못하는 겁니다. 첨엔 거짓말을 하다가도 곧 사실을 털어놓고 마는....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학을 가야겠다고 맘을 먹길래 저와 그의 가족들 모두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뭔가 달라지려는 변화의 모습이 역력했으니까요. 그러다 문제는 도서관을 다니던 중에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저와 함께 도서관을 가는데, 예전의 불량한 친구들을 맞닥뜨렸던 겁니다. 첨엔 저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 불량한 친구와 몇 마디를 나누고는 저더러 먼저 도서관에 가 있으라고 자기는 친구와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차 한잔하고 뒤따라 들어온다고 하곤 아무 걱정 말라는 말까지 건네고선 그 친구와 어디론가 가더군요. 그 날 이후로 이틀동안인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이렇게 아무말없이 연락을 안 할 친구가 아닌터라... 이틀이 지난 후 연락이 와서 그의 집으로 갔더니 말 그대로 금단현상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다 쉬었고, 어디서 상처를 입었는지 몸에는 찰과상 투성이였고 입고 있던 옷가지들은 온통 진흙과 풀물이 들어 있더군요.

불과 이틀사이에 친구의 얼굴이 다른 사람의 것 같이 변해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헛소리를 동반한 잠꼬대를 해댔고 잠이 깼을 땐 구석지고 음침한 곳으로 자꾸만 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의심하더군요... 밖에서 형사들이 자기를 잡으러 온 것 같은데, 니가 데리고 왔냐면서...무슨 얘길 나눴냐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 동안 내가 준비한 이론적인 지식들은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질 못했고 그 상황에서 무얼 해야할지 진짜 막막했습니다.

일단은 흥분한 친구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행여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의심하는 부분들은 직접 확인 시켜주고 차분하고 일정한 말투로 상황들에 대해 설명을 했으며 왜 그랬는지 나무라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절대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이용해 잠을 재우려고 노력을 했죠.. 일단 푹 자고나면 정신은 돌아오니까. 그러기를 몇 차례 겪었습니다.

수도 없이 말리고 협박도 하고 타일러도 봤지만 일단 그 부류들과 연락만 닿기만 하면 절어서 돌아오니까 기가 막힙니다.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그 친구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나쁜 무리들이 남긴 유혹의 내용들을 친구가 듣기 전에 삭제하기도 수없이 많이 했는데도 마약사범들이 워낙 음성적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어떻게든 다시 이 친구에게 연락을 해오는 겁니다.

몸과 정신이 이미 많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는지, 몇 차례의 소동이 있은 후로는 잠잠하기도 했는데......

그 친구의 비행은 절 만나는 동안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제가 이 친구가 비행을 할 때마다 모두 기록을 해두었기 때문에 언제 몇 번씩 했는지는 금방 알수 있기 때문에 그 친구는 제 앞에만 서면 거짓말을 못하더라구요.. 첨엔 잡아때다가도 제가 침묵하고 있으면 다 얘기하거든요... 그리고 몇 번의 비행이 있은 후로는 증상만 봐도 비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금방 알게 되었죠... 첨엔 이 친구가 비행을 하게되면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 말을 해 줬습니다. 약에 취해있을 땐 잠도 안자고 죽어라 도망만 다니고 그러다 집에 들어오면 며칠씩 잠만 자며 헛소리를 해대고 장롱 같은 곳에 숨고...그런 꼴을 더 보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도 지쳤던거죠.

그땐 치료시설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있는건 알았지만 수사기관과 연계가 되었을거란 생각에 상담을 받는다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친구도 두려워하는 것 같았구요...하지만 계속되는 비행에 차라리 자수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친구에게도 말을 했었죠..자수하면 선처가 있을테니,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뿌리뽑자고.. 모질게 마음을 먹고 얘길했습니다. 친구한테 자수하라고 권유하는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차라리 제가 대신 고통받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친구는 눈물로서 그리고 처음으로 자존심을 굽히며 무릎까지 꿇고는 제게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그 마약이 그렇게 미워질 수가 없더라구요.

이 친구를 이렇게 만든 무리들이 용서가 안되고..

하지만 저의 우려와는 달리 그후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했습니다.

6월에 있던 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기 전까진 말입니다.

그 친구의 결혼 이틀 전쯤인가 갑자기 제 친구가 연락이 없이 사라진 겁니다.

잘 참는다 생각했는데, 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틀 후에 제발로 돌아오긴 했는데, 이 친구에서 마약을 하고 나면 나타나는 특유한 체취가 맡아졌고 행동도 좀 수상하여 다짜고짜 팔뚝을 걷어부쳤는데, 주사자국은 없었습니다.

친구가 화를 내더군요.. 자기는 정말 안했다고. 제가 그럼 이런 증상들은 왜 나타나냐면서 물으니까 그건 자기도 모르는 일이고 맹세코 약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냥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고 연락을 못했다면서...

거짓말은 한번도 안했으니 믿었는데, 증상들이 어째 썩 내키지 않더군요.

근데, 친구들을 만났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는 겁니다.

처음 보는 여자들이 접근을 해와서 같이 그냥 커피한잔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논게 다인데, 그 여자들이 자기를 무척 잘 아는 듯 했고 (첨 보는 것 치곤) 뭔가 어색한 구석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전에 이 친구가 나쁜 무리들과의 연락을 끊으려고 이제 그 짓거리도 안할거고 대학이나 갈려니 나를 내버려두라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친구가 안했다니까 더이상 묻지 않고 친구 결혼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근데, 전날 밤에 어디론가 전화를 해선 앞으론 연락을 안할거다라고 하면서 내일 잠깐 얼굴이라도 비추라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있었는지 약속을 하는 듯 해보였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날, 이 친구가 결혼한 친구를 공항까지 에스코트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식이 있는 동안 잠깐 누굴 좀 만나야 되는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저는 또 결혼식의 행사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다른 친구가 그 친구를 따라 나섰습니다.

떠나는 친구를 불러 '너, 혹시..?'라고 했더니 이제 그런 걱정 할 필요 없다면서 걱정말라고 하길래 내심 불안은 했지만 그냥 보냈죠.. 근데, 예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떠나야 하는데도 이 친구가 안 오는 거였습니다. 전화 연락도 안되구요. 전부 걱정을 하다 일단 다른 차로 공항으로 떠났고 저와 몇 친구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친구와 같이 갔던 친구가 사색이 되어 뛰어오더군요.. 친구와 함께 약속장소로 나갔는데, 나올 사람은 안나오고 사복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어떤 설명도 없이 바로 연행이 되었는데, 그 후론 자기도 잘 모르겠다면서 제가 이 친구와 가장 가깝게 있었으니 근래에 혹시 친구가 약에 손댄 적이 있느냐고 묻길래 그런 적이 없었다 했었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서에선 소변검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동행했던 친구가 일주일 안으로 약을 하지 않았으면 테스트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이틀전의 조금은 이상했던 친구의 증상이 떠올랐습니다. 본인도 안했다고 했고 동행했던 친구에게도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랍니다. 밤이 되어도 경찰서에선 조사받고 있으니 면회가 안된다고하고 내일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곤 새벽같이 경찰서로 갔는데, 소변검사에서 약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는겁니다. 본인이 극구 부인하고 내가 또 부인한다고 해도 증거가 나왔으니...며칠있다 면회를 가니, 누군가가 자신에게 약을 몰래 타서 마시게 하여 함정을 놓은 것 같다라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누군지 밝혀졌고 그 사람 역시 구속수감상태입니다. 제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하니까 친구가 모든 걸 체념한 듯 그제서야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계속 달리다간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끊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 미워진다고... 함정을 놓은 그 사람이 나쁜게 아니고 자기가 나쁜거라며, 예전에 행했던 비행에 대한 댓가를 이제 치루게 되는거라고... 죄값을 치루겠다고 그러면서 이제 두 번 다시는 이런 일로 주위사람들 아프게 하지 않고 더이상 인생 낭비하는 일도 없을거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하루하루를 참회의 시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나와봐야 알겠지만 전 그 친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겁니다. 가끔씩 면회를 가면 너무나 많이 변한 모습에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수감된 날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내오고..

전 이 친구를 위해 특별히 해 준게 없습니다.

다만 친구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희망을 끊임없이 일깨워줬던 것 밖에는 ...

독서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었는데, 첨엔 흥미위주의 도서를 영치하다 독서에 관심을 가질 즈음해서는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들을 다룬 책을 많이 영치했고, 마약퇴치운동본부나 그 밖의 관련 사이트에서 뽑은 수기들이나 피해사례, 법률적인 부분 등에 관한 자료들을 서신으로 보냈습니다.

출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밖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자료나 친구가 나오면 바로 일을 하게 되어있어 그 계통의 자료들에 관해 도움을 주고 있고... 그렇습니다.

도움이 좀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또 메일을 주시면 성심껏 알려드릴게요.. 친구도 허락하고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지지를..

나중에 친구와 함께 꼭 본부를 찾아 뵐 것이오니, 꼭 우리 친구 마약으로부터 구해주실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