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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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 박현지(여, 가명) 연 령 : 23세 남용약물 : S정, 필로폰, 대마초, 러미라 진 단 명 : poly drug abuse / panic disorder (복합약물사용 / 공황장애) ▶ 사랑하는 우리 딸을 도와주세요... 5월 26일, 현지의 아버지가 전화상담을 요청해왔다. 현지는 사정상 서울에서 혼자 어릴 때부터 떨어져 살다가 최근 부산에 내려와 집 근처에서 방을 따로 얻어 살고 있는데 약 1-2년전부터 S정을 복용했단다. 치료에 있어서는 국립부곡병원을 소개해줄 수 있으나 우선 본 상담실에 내방할 수 있도록 권유하였다. 며칠 후, 아버지께서 다시 전화하셨다. 급한 마음에 부곡병원에 전화를 했으나 원장님이 출장중이라 통화할 수 없었다며 현지가 금단증상을 겪는지 매우 힘들어한다며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다.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양산병원의 정신보건사회복지사와 연계하여 긴급 입원을 시켰다. 이렇게 현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현지의 엄마는 현지가 9세 때 본 남편(현지의 생부)과 이혼하였다. 본 남편과 어릴 때 결혼하였으나 매우 폭력적이었고 힘들어서 힘든 나날을 술과 함께 보냈다. 그러면서 자연히 현지에게 소홀해졌고 현지는 15세가 되던 해 가출을 하였다. 하지만 현지는 엄마를 사랑했고 집을 나가 있으면서도 자주 연락을 했다. 그러는 동안, 현지의 엄마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연하인 그는 힘들고 고달픈 현지 엄마에게 정말 잘 대해주었다. 그도 이혼을 하였고 딸 둘이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은 다시 결혼을 하여 막내까지 낳았다.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 딸을 도와달라며 걱정하고 전화하였던 사람은 현지의 계부였다. 현지만 있으면 우리 여섯 가족, 힘들어도 행복할 텐데... ▶단란주점, 손님, 필로폰........ 돈 그러나 현지는 18세 때, 돈을 많이 벌겠다며 서울로 올라가 단란주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현지의 약물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거 한번 해볼래?” 어느 날 손님이 주사기를 건넸다. 현지는 놀래서 움찔했다. “이거 하면 돈줄게...” 돈을 준다니.... 필로폰 한번 하는데 그냥 돈을 준단다. 현지는 돈을 준다는 말에 이성과 윤리가 무너졌다. “한번정도 하는 거 어때......” 손님과 함께 주사기를 꽂았다. 너무 좋다.... 그 후로 대여섯번 정도 손님과 필로폰을 하고,,, 대마초도 했다. 러미라도 먹어봤다. 이젠 S정을 주로 먹는다. 그러고는 어느 날. 문득.... 그런 자신이 싫어져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S정 만은 정리할 수 없었다. 엄마한테 돈을 좀 송금해 달라고 했다. 이번만 송금해 주면 부산으로 간다고..... 그 돈 40만원으로 S정 한 통을 샀고 그것을 가방 깊숙이 넣어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결국 집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을 엄마에게 들키고, 현지도 이래선 안되겠다 하여 약을 변기에 버리고 며칠 견뎌보다가 입원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현지는 한동안 잘 지냈다. 산책도 하고, 책도 읽었다. 입원한지 보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퇴원하고 싶단다. 현지는 엄마와 같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인데 하루는 갑자기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상황에 아무도 안 도와주고, 얼마 전 친부에게서 전화가 와서 내가 당장 퇴원시켜주겠다며 바람을 넣은 것이다. 담당의사는 현지가 입원당시 단약동기가 상당히 강하고 약물중독수준도 아니었기에 외출과 외박, 전화통화 등 너무 자유방임적으로 하여 오히려 더 퇴원하고 싶어진 것 같다는 소견을 보였다. 일단 퇴원은 하되 주1회 외래진료를 받기로 하였다. ▶상담실에서는 현지네는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영세민 밀집지역인 아파트에서 여섯 식구가 생활하고 있으며, 새 아버지는 어릴 때 왼쪽 팔을 다쳐서 힘을 써야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엄마는 복지관에서 파견하는 가정봉사원으로 주 3일 일한다. 그래서 이모가 운영하는 조그만 피자집에서 배달이나 일 등을 도와주며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 현지의 입원비는 80만원....... 마침 부산지부는 국무총리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입원치료지원비가 있었다. 그러나 현지는 23세...... 지원 가능한 나이가 아니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요청했다. 만으로 하면 21세이고, 현지가 약을 시작한 시기를 감안해 입원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동사무소 사회복지전문요원과 통화하여 의료보호로 전환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퇴원 후 6월 20일. 퇴원하고 처음 현지는 상담실로 왔다. 엄마와 함께 왔는데,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현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데, 엄마는 혹시 또 잘못될까봐 집에만 가두어놓는 것이다. 현지는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다고 하였다. 답답하고 계속 엄마와 싸우게 되고 안 되는 줄 알면서 또 약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렇게 있다가는 자기도 모르게 약을 다시 할 것 같다며 차라리 다시 입원하고 싶다고 하였다. 엄마는 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걱정이 되며 차라리 눈앞에 있으면 덜 신경이 쓰이겠다고 했다. 양산병원 담당의와 논의하여 재 입원하기로 하였다. 퇴원 후의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며 다시 입원하며 외출과 외박, 전화통화를 자제시키고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 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날 저녁 입원했다. ▶ 입원. 퇴원, 입원..... 현지가 병원에 있는 동안 2주에 한번 꼴로 현지를 만나러 갔다. 날이 갈수록 현지는 퇴원하면 입원하고 싶고, 입원하면 또 퇴원하고 싶다고 갖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새아버지는 절대 퇴원 못시킨다고 하는데, 현지가 엄마에게 전화하여 제발 좀 퇴원시켜달라고 하니 엄마는 마음이 약해져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퇴원을 시키면 다시 입원시켜 달라고 변덕을 부렸다. 병원에.... 필로폰 환자가 들어왔단다. 근데 그 여자는 투약하고 경찰에 잡힐까봐 자진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투약하고 구속을 피해 자진 입원하는 그런 여자란다. 그 여자가 현지에게 약 얘기를 자꾸 해서 힘들단다. 필로폰을 잘 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지 그런 것들을 얘기하며, 현지는 “안 들어야지”하면서 어느새 그 이야기에 쏙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한단다. 그래서 퇴원시켜 달란다. ▶ 약물청소년 프로그램 당시 양산병원에는 현지와 같은 나이의 본드남용자인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여성장기입소시설에 수용보호되어있던 한 여자청소년이 본드중독으로 인근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 청소년을 위하여 집단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병원 사회사업실과 논의하여 담당의 동의하에 그 여자청소년을 양산병원으로 전원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담당의가 자신의 환자를 전원 시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집단치료 프로그램이 무산되었다. 게다가 현지는 상담실에서 어떤 치료적인 개입을 하고자 하면 입퇴원을 반복하여 상담원을 혼란스럽게 하여서 힘들었다. ▶ 또 퇴원 현지의 새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와, 또 퇴원을 했단다. 하고 싶다는 미용기술도 배우게 하고 가능한 현지가 하고싶은대로 해 주면 불만도 덜 쌓일 것 같다고 퇴원시켰단다. 그리고 며칠 후, 현지는 어디서 구했는지 S정을 복용한 채, 그리고 몇 알은 브래지어 속에 숨겨서 귀가하였다. 놀란 엄마는 당장 입원시켰고 이제는 폐쇄병동에 입원되었다. 이제는 정말 가족들도 지쳤는지, 그리고 일부러 면회도 오지 않고 관심을 덜 가져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현지는 또 퇴원시켜 달라며 퇴원하였다. ▶아르바이트 8월 11일, 현지는 퇴원하고 약 보름정도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계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동생들과도 잘 지내고 즐거워한단다. 근데 현지는 또 화가 났다. 아르바이트비가 너무 작다. 예전에 단란주점에서는 정말 돈 많이 벌어 사고싶은 거, 하고싶은 거 다 해봤는데 이젠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나서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술집에 나가겠다 하여 또 집안이 온통 전쟁이다. 한 때 그랜저도 몰아보고 잘 나가던 자신이 이제는 10원짜리 하나도 엄마한테 달라해야 하는 것이 짜증도 날 것이다. 그렇다면 현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 가정방문 상담원이 집으로 가겠다니 거절도 하지 않고 지하철까지 마중을 나오겠다 하였다. 현지는 좋아 보였다.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현지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벌고 싶단다. 새아버지와 엄마가 해주는 많은 말들이 옳지만 그래도 현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싶단다. 현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현지와 함께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현지’와 ‘건전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지’를 비교하여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생각해 보게 했다.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좋은 점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란다. 나쁜 점은 술, 담배 많이 하니까 몸도 버리고 엄마도 싫어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다..... ▶ 상담원 소견 현지가 상담실에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온다면 상담원은 더 많은 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현지는 한참 고민하더니 간다고 해놓고 가기 싫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상담원과 약속하자고 하였다. 또 한참을 고민하더니 매주 월요일 외래진료가는 날 들리겠다고 하였다. 다음 주 월요일날 현지가 약속을 잊지 않는다면 상담실에 올 것이다. 현지는 첫 입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행일치가 안 되는 면을 보였다. 매번 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현지는 아직까지도 조금씩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지에게 무엇보다도 지지가 되는 것은 아마도 “아저씨”라고 부르는 새아버지일 것이다. 어느 아버지도 친딸이 아닌 딸에게 그것도 약물사용으로 속을 썩이는 딸에게 지극정성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현지네 가족에게 더 희망찬 빛을 전해줄 현지가 빨리 마음을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