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발걸음은 아름답다 -최 원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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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방끈은 매우 짧습니다. 중학교에 막 입학하고는 등록금을 갖고 가출을 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사실은 4,5학년 때부터 학교에 가는 둥 마는 둥 하였고, 6학년 때는 거의 학교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영어를 섞어서 말하면 공연히 짜증이 나곤합니다. 왜냐고요.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죠. 배우긴 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고 힘이 드네요. 6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고 본드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입니다. 가출생활로 소매치기와 본드 흡입은 생활이 되었습니다. 14살 때 절도로 교도소 생활을 하기 시작하여 30대 중반에 14범이 되었습니다. 처음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위반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20여년을 사회와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나는 사회보다는 교도소가 더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약물을 하는 것은 생활이었고, 취해 별짓도 다 했습니다. 맑은 정신 상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약물에 취하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내게 변화의 바람이 왔습니다. 아마도 우연이었을 것입니다. 단지 일상이 지루하고 딱히 갈 곳도 없고 하여 디딘 곳이 이곳 송천재활센터였습니다. 3년 전쯤이었습니다. 재활센터에 오니 규칙도 있고 교육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입소해 있는 사람들과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물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 퇴소하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고향에는 약물이 있었고, 했던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유혹은 너무도 집요했습니다. 1년간의 재활센터 생활로 키운 힘도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송천재활센터에 왔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생활을 찾고 일터도 갖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벌써 떠났어야 했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제 홀로 자립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있으면서 저축한 돈도 있고 부모님의 도움도 좀 받으면서 내 삶을 더 확고하게 다지고자 합니다. 아래의 글은 내가 일터에 다니면서 느낀 느낌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나는 지금, 변화하고 있는 나의 지금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곳 송천재활센터에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으렵니다. 지난날들은 내게 있어 최선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길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누구보다 한 가지 일에 몰두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 속의 책장을 넘기듯, 지금은 오늘이라는 내일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기에 우리에게 오늘은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란 것을 알면서도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난, 무엇을 함에 있어서 내 나름의 완벽주의자입니다. 그런 내가 요즈음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난날 약물이 공기와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 몸이, 지금은 땀 흘려 일하고 있을 때 불어오는 바람에 감사를 합니다. “아! 정말 좋다.”고 오늘도 이 소리를 마음속으로 백번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할 때만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에게 공기는 너무도 소중하기에, 진정 소중한 것은 언제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존재합니다. 신에 대한 사랑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없는 것 같으면서도 존재하는 공기처럼 말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자신을 사랑합니다. 너무나 사랑하기에 옳고 그름을 떠나 필요한 것을 얻고자 노력합니다. 잘못인지 알면서도 왜 그럴까? 그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소중하기 때문이라. 그러나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요?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정직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항상 정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만은 정직하자. 왜? 그래야만 후회하지 않을 수 있기에... 이런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나 많은데 하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핑계에 불과합니다. 지금 할 수 없는 것은 내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순간에 해야 합니다. 생각만하고 후회하기 보다는 힘들어도 시도해 보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시도조차 못하는 난 무어란 말입니까? 이것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현재의 내 모습입니다. 이런 내가 정말 한심하지만 그것마저도 사랑하렵니다. 요즈음은 자주 하늘을 봅니다. 떠다니는 구름, 바다 물결 같은 하늘,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 그리고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노을.... 하늘은 언제나 그곳에 있고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지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올 뿐입니다. 이젠 한결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랑이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마음마저도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 몸을 통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기에,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어찌 남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은 많은 일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배움이 없는 나에게 있어서 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은 아름답지만, 없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은 그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늘 하지 않는다면, 그 언젠가는 꼭 더 힘들게 다가온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순간 작은 잡초를 뽑는 것은 쉽지만, 시간이 흘러 잡초가 커지고 우거지면 뽑기가 힘들어집니다. 제초기로 풀을 베다보면, 작은 돌들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꾀가 나, 작은 돌들을 치우지 않고 대충 일을 해 놓으면, 시간이 지나 다시 풀을 벨 때 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해 보았습니다. 따라서 오늘 작은 돌들을 치우는 모습이 하찮을지라도 나와 이웃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처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일마저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돌에도 맞아가면서 배웠습니다. 그러기에 힘들고 아파도 했지만, 아프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배움이란 이런 것일 것입니다. 무엇을 배우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무엇을 배우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 속담에는 ‘아는 것이 힘이요, 모르는 것은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 수많은 시간들을 돌고 돌아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은 산이 있고, 조용한 마을 사람마저 드물게 지나가는 곳입니다. 한때는 약물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나에게는 날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을 나이가 40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행복의 파랑새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부모, 형제 그리고 가정에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이 있지만 이런 날 온전히 이해해주고 감싸 줄 수 있는 곳은 부모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남은 삶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또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합니다. 어떠한 처지에 있던지 하늘의 뜻에 순종한다면 하늘 또한 그 사람의 인생을 행복과 아름다움으로 채워 주리라 믿기에 원망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이제는 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고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내 눈을 씻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서 이 마음을 씻으면서, 때에 맞추어 자신의 의지로 가랑잎을 떨구는 저 나무처럼 이 삶에 필요없는 것들을 멀리하렵니다. 오늘도 신의 은총으로 하루를 마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