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중독자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중독자가 될 수 있다

  • 작성자 대구지부
  • 작성일 2015-01-16
  • 조회수 9710

 
이재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 본부장 · 이향이 부본부장

“정부통계에 따르면 1년에 1만 명 정도 마약중독자가 검거됩니다. 그리고 검거자의 20,30배의 중독자가 실제로 있다고 추산합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죠. 우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아래는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는 이들의 재활치료와 함께 누구나 마약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약퇴치운동에 뛰어든 지 18년 차 이재규(54)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장과 겨우 10년밖에 안됐다고 말하는 이향이(49) 부본부장을 만났다.

휴머니즘으로 극복하는 마약중독

이재규 본부장은 중독자들의 재활치료에 주력한다. 대구 아니 전국에서도 이 본부장만큼 마약중독자들을 많이 만나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다. 이 본부장은 중독자들과 형님 동생하는 인간적인 관계로 지낸다. 차별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재활의지를 북돋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처음에는 탄원서도 써주고 벌을 줄이는 게 그들을 돕는 방법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계속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도 하고 나를 이용하려하나 속상해하기도 했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중독은 ‘습관’이 아니라 ‘병’이라는 것. 이제는 마음을 나누면서 재활할 수 있는 힘을 북돋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는 ‘중독을 인정하는 것’을 재활 치료의 시작으로 본다. 스스로가 중독되었다고 느끼고 치료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 본부장이 만난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에 몸이 반응을 한다고 토로했다. 복역하고 재활하며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다가도 몸이 피곤하거나 예전에 마약을 투약했던 곳을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끌려간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사실 저도 안 해봐서 짐작할 뿐이죠”라며 “하고 싶다 정도가 아니라 ‘이미 하고 있 다’가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2월 대구지방법원은 전국 최초로 ‘교육 조건 부기소유예제도’를 도입했다. 투약 횟수가 적고 정상참작이 가능한 마약사범에게 처벌에 앞서 재활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다.

법원은 100명이 넘는 사람을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로 보내왔다. 마약중독 재범률은 40~50%로 2명 중 1명은 벌을 받고 나서도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그런데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 프로그램을 거쳐 간 중독자들의 재범률은 약 3%다. 놀라운 성과다. 주변 사람이 달라지는 모습에 놀라 자발적으로 찾아온 중독자들도 130여 명이 넘는다.

이 본부장은 ‘휴머니즘’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재활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중독자를 구분 짓지 않고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평범한 이웃의 한 사람으로서 안고 간다. NA,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시간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그 것만으로도 힘이 된단다. 마약중독치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욕망을 평생 동안 다스리는 인고의 시간으로 많은 사람의 응원이 필요하다.

 중독자를 통한 ‘중독 예방’

이 본부장에 따르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는 이향이 부본부장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던 이 부본부장이 재활뿐 아니라 ‘청소년 중독 예방활동’으로 운동본부의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이 부본부장을 필두로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등 다양한 중독에 대한 예방교육을 청소년 학교장 교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매년 마약중독 재활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개최, 새로운 방식의 예방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재활프로그램 종강 기념 파티의 일환이었던 것이 점점 커져 2010년부터는 관객을 초대하는 대형 공연으로 발전했다. 대구시 내 학생, 학부모 및 약대생 등을 초대해 흥겨운 음악과 안무로 마약 오, 남용과 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관객과 출연진 양측모두 뜨거운 반응이다.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은 재활프로그램 이수자들도 줄을 섰다. 당당하게 자신의 오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대에 선 중독자들은 다른 중독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몇해째 오디션을 보는 사람도 있다. 이 부본부장은 “전문가가 아니라 조금 어설플지라도 관객들에게 전하는 울림이 더 큰 것같다”라며 “후기를 보니 마약중독자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마약 뿐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중독도 위험한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이 와서 보람차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좀 더 청소년 중독예방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 내년에는 규모를 줄이더라도 횟수를 늘여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와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글·사진 배유미 기자 yum@hk.co.kr
 
<출처 M+ HANKOOK - January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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