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6. Autumn, 2017

 

  마약약물 정보 _ drug & people

국내 유일 마약학과의 ‘1호 마약학 교수’
조성권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 주임교수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 조성권 교수는 국내에 하나뿐인 마약학과를 이끌고 있는 ‘1호 마약학 교수’다. 2003년 취임한 이후 햇수로 1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약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을 그다. 지난 9월 20일 한성대 연구관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글쓴이 _ 이문예 '푸드앤메드' 기자

조성권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알콜학과 주임교수

- 한국외국어대 졸업

- 미국 뉴멕시코대 석사ᆞ박사

- 前국가안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前국제문제조사연구소 선임연구원

마약알콜학과에 주부가 몰리는 이유

한성대는 2000년 9월 국내 최초로 국제대학원에 국제마약범죄학과를 개설했다.이후 시대 흐름에 따라 몇 번 학과명을 바꿨고 지금의 마약알콜학과가 됐다. 개설 초부터 이색학과로 불릴 만큼 대중적이지도 않고 인지도도 낮았던 이학과가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데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조 교수의 공이 크다. 마약알콜학과에선 지금까지 4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15년 동안 마약알콜학과에 지원한 학생은 시대별로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다. 학과 개설 초기 5년 동안은 국세청이나 경찰ᆞ국정원 직원 등 공무원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5년 동안엔 공무원 대신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학생이 정원을 채우는 듯 했지만 잠깐이었다. 지금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해 집안일에 매여 있을 이유가 없어진 가정주부가 사회봉사나 제2의 인생 탐색 등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학과가 됐다. 젊은이가 관심 갖지 않는다는 것은 학과의 존폐위기와 맞물린다. 조 교수는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국내에서 마약류 공부를 해서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하는건 거의 불가능해요. 주로 상담쪽 일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복지나 임금 수준이 좋지 못한 불확실한 직업예요. 젊은이가 이 학과에 지원할 이유가 별로 없는 거죠”

 

이미 마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등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손을 뻗고 있다. 여전히 ‘마약은 내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마약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으니 그동안 마약 중독 예방관련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국민이 처음 마약류에 손을대는 시기는 14세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올해부터 초ᆞ중ᆞ고교에서 약물과 마약을 포함한 안전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교장에게 선택권이 있어 학생 대상으로 한 마약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아이는 마약을 할 리가 없다는 부모의 막연한 안심 탓이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마약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독 예방 교육의 시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마약류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이러니 마약을 다루는 학문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짐작할 만하다. 관련 학과나 연구에 지원이 인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무척이나 답답해했다.

“교육부에서 특성화 교육을 위해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이색학과를 선정해 일부 지원을 해줍니다. 그런데 자격조건이 무척 엄격하죠. 교내에도 마약알콜학과를 지원하고 있지만 인기 있는 다른 학과에 순위가 밀리기 일쑤입니다. 전국에 마약 관련 학과가 여기 한 군데이니까 지금까지 유지한 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어림없었죠.”

이방인 소외 해결 못하면 마약 확산 못 막아

마약알콜학처럼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않는 학문이 또 있다. 다문화학이다. 이방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문화에 대한 몰이해는 마약류의 확산과도 관련이 깊다. 다문화인뿐만 아니라 탈북 새터민 등 이방인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그들을 사회의 어두운 곳으로 몰아 마약 범죄로 이어지도록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방인에 대한 소외 문제가 폭발적인 마약류 범죄 증가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소외’에서 시작된 거예요. 소외가 계속되면 범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마약류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국가가 의무감 을 갖고 이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6월말을 기준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정부도 이런 이방인에 대한 복지 정책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기본적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문화 청소년의 중ᆞ고교 진학률이 일반적인 중ᆞ고교 진학률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은 아직도 이들에 대한 소외가 뿌리 깊다는 방증이다. 집단에 동화되지 못해 학교를 중도 포기한 다문화 청소년은 취업에서도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유통과 같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다문화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다문화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마약 확산 못 막습니다. 지금은 괜찮은 듯 보여도 언젠가는 터지게 돼 있죠.”

그는 다문화와 마약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유독 강한 어조로 말했다.

마퇴본부가 마약류 컨트롤타워로 격상돼야

조 교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국내 마약류 컨트롤타워(일 전체를 총괄하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로 격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마약류대책협의회라는 별도의 컨트롤타워 격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반세기 동안 적극적으로 마약류 관련 활동을 해 온 마퇴본부를 독자적 기구로 분리시켜 주도적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 진행과 전반적인 마약류 정책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약류퇴치협의회가 처음엔 위원회로 시작해서 장관급인 국무조정 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차관급이 위원으로 있었어요. 지금은 협의회로 격이 떨어졌어요. 사실상 우리나라엔 마약류 관련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룰 컨트롤타워가 없는 셈이에요. 여러 정책ᆞ홍보ᆞ교육 등을 시행해 보고 여러 번 실패도 겪어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건데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그런게 전혀 안 되고 있죠.”

 

그가 마퇴본부를 독자적 기구로 분리해야 한다고 하는 데는 예산 독립도 포함된다. 마퇴본부의 재정구조를 조금이라도 아는 전문가는 입을 모아 ‘마퇴본부의 예산이 너무 적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도 같다. 그는 예산 부족이 마퇴본부의 전문성도 약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살림살이가 부족하니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유출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마약퇴치운동은 기본적으로 험한 일에 속해요. 수당을 더 얹어줘도 모자랄 판에 우리나라에선 마약퇴치운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이 열악해요. 희생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 거에요. 국내에서 마퇴본부만큼 예방ᆞ치료에 적극적인 조직도 없는데, 언제까지 상급기관 눈치 보고 배고프게 일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