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게 큰 의미를 갖는 해다.
6월 26일이 ’마약퇴치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그간 해오던 마약퇴치 활동이 올해부터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마퇴본부의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 4월 21일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이 날 전국에서 활동 중인 마퇴본부 임직원과 후원자가 4반세기의 활동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전환점
마련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이경희 이사장은 1년간 ‘마약퇴치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쉼 없이 달려왔다. 목표를 이룬 지금, 그는 마약 퇴치 운동의 구심 점으로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수행해야 할 또 다른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4월 19일 이 이사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글쓴이 _ 이문예 '푸드앤메드' 기자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마약청정국이란 말 뒤에 숨어 마약 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마약퇴치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됐다는 것은 마약이 이제 우 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란 것을 의미합니다.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 고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앞 으로 모든 달력에 6월 26일이 마약퇴치의 날로 표시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국민이 마약 퇴치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란 근거 없는 믿음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취임 이후 ‘마약퇴치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정책관계자들을 많이 만났 습니다. 그러면서 자주 들었던 인사가 “한국은 아직 괜찮죠?”였습니다. 어떤 계산법 으로도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이 아니지만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된 잘못된 인식 이 아직도 너무 굳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교육을 하러 나가면 아직도 교장부터 나서서 ‘우리 학교에 마약을 하는 학 생은 없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금연 교육은 반기면서 마약엔 굉장히 상반된 태도를 보이죠. 마약은 우리와 먼 이야기란 생각 때문입니다. 금연이나 알코올 중독의 예 방ᆞ재활과 관련해선 기부나 후원도 많이 하지만 마약엔 후원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마약은 한번 중독되고 나면 혼자의 힘으로는 빠져나오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예방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와 이웃의 일이란 생각으로 접근 해야 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국제연합(UN)이 정한 6월 26일을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기념하는 등 상시적으로 다양한 마약퇴치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공공성을 띄는 활동이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웠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마약퇴치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되었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다양한 대국민 마약 퇴치 관련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마약퇴치 콘서트를 한다든가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각종 행사장 에서 부스를 여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은 예방 교육에 관한 한 비교적 잘 해오고 있습니다.그러나 중독자 재활에 대해선 거의 안되고 있다고 봐야할 정도입니다. 교도소나 병원에서 마약중독자 재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 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한국에선 마약에 일 단 중독되면 재활 방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사실 마퇴본부가 모든 중 독자의 재활을 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가 제대로 중독자 재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효과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 가을 쯤 마 퇴본부의 재활센터가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원할 텐데요. 이곳에서 여러 교육 프 로그램을 돌려보고 가장 효율적인 재활ᆞ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개발해낼 것입니 다. 그런 다음 다른 기관ᆞ단체ᆞ지자체 등에서 우리의 성공적인 모델을 따라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할 계획입니다.”
“공익기관으로서 대외 봉사에 주력한다는 차원에서 내부 행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온 면이 있습니다. 올해는 25주년이란 숫자가 갖는 의미도 있지만 내부 단 합을 통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행사 규모를 키웠습니다. 지난해 검 거된 마약사범이 1만4천여 명 남짓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행사를 위해 전국 마 약퇴치운동본부 소속 직원과 교육 활동가ᆞ정기 후원자 수를 파악했더니 150여 명이었습니다. 이 중에 실제로 활동을 하는 인원은 더 적을 것으로 파악합니다. 말 그대로 일당백인 우리 직원이 단합해야 앞으로 더 활기차게 마약퇴치운동을 펼쳐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