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단약 회복으로 가는 길섶에서 - 박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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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시작은 자신의 선택,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지지만, 마약중독에서 벗어나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혼자서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 본다. 누군가 곁에서 조력자로서 동지애를 발휘해주고 사랑과 관심으로 끝없이 돌봐주어도 재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나는 현재‘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송천쉼터’에 입소하여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재활의 의지를 만들어 가 고 있는 약물 의존자이다. 이번 경험 수기는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보는 값진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약물을 사용하고 약물을 끊을 수 없는 상황만을 약물중독이라 보지 않는다고 송천쉼터 교육과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약물을 접하게 되었다. 이후 42세 때 까지 약물을 아무 거리낌, 죄책감 없이 시시때때 사용해온 나로서는 내가 약물중독이라는 걸 인정하기 까지 20여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약물은 나에게 너무 쉽게 다가왔고, 많은 느낌들을 주었다. 처음에는 기침약인‘러미라’를 과다복용 하여 환각증상을 느꼈고, 다음으로‘대마초’그리고‘필로폰’. 그밖에 성분을 알지 못하면서도 약에 취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접해 본 약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약을 해야하는 충분한 이유도 없이 호기심과 충동적으로 약을 접했다. 또래 간에 우월감과 무엇인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과시에 찬 잘못된 호기에서 시작되어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현실도피, 세상의 어려움, 사랑의 실패 등 어떠한 문제이던지 약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이것처럼 쉽게 그 근심을 잊게 해주는 건 없었다. 지금에 와서야 얼마나 무모한 선택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크고 작은 문제와 고민들 뒤에는 항상 약물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으며 약물을 통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였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약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당시에는 후회도 몰랐다. 약물을 사용하면서 약물의 피해자는 나 하나 뿐이고, 내가 선택하는 것이기에 불법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때에도 억울해 하였으며 법 때문에 약물을 끊지 않겠다고 어리석은 다짐도 했었다. 약물이 주는 많은 것들 중에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 느낌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순간적인 초월하는 듯한 감정들이었다. 정신적인 평온을 약으로만 느낄 수 있다고 믿었기 에 약물은 계속되었다. 내가 얻은 것들이 영원 할 수 없고 약물을 사용하였을 당시에만 느낀다는 것을 알아야 했는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고서야 깨닫는 우매함을 그때는 몰랐다. 그야말 로 환각에 불과한 것을…. 그 우매함의 결과로 이제는 병든 몸과 무거운 짐들만이 남아있다. 가족을 돌보지 못하였고, 사회적으로 낙오된 나는 단약과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 반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제 난 단약과 회복의 길섶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가고 있고 또 가고 싶어 한다. ‘단약’은 약을 중단한 상태를 말하지만, 실질적인 어려움은 단약을 하고 나서부터의 감정들이다. 사회적으로 그 어떠한 준비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범하고 일반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약을 선택했던 나약한 의지, 어리석음 보다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단약, 회복, 재활에 방법과 문제점들을 얘기하는 많은 의견과 조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정보와 자료에서 여러 기관, 병원 등에서 의존 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움직임을 느낀다.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건 없을 것이다. ‘중독’에는 의존자들 제 각기의 고민들과 문제, 아픔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의존자인 나는 아직도‘이기심’, ‘게으름’, ‘합리화’,‘ 투사’,‘ 교만’속에 있다. 그 위에 단약과 회복, 재활이라는 짐이 얹어져 있다. 힘이 부칠때 마다 나는 넘어지고 싶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 내가 경험한 것 중에 나를 단약의 길로 이끌게 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 외에 사회적인 낙오에 대한 두려움, 건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 등. 하지만 나를 움직이는 단약의 의지는 내안에, 내가 느낀‘작은 자리’에 있다. 마약은 모든 사람을 빠지게 할 요소가 분명히 있다. 특히 의지가 약하고, 무지하고, 질곡이 많고 아파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욱 강하게 파고든다. 강한 유혹과 쾌락, 안락함으로서 말이다. 여기서 작은 진리를 스스로에게 되새기면서 두서없는 글을마치고자 한다. 세상 그 어떠한 것도 장∙단점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절대적인 좋음이란 없을 것이다. 약물을 사용하면서 느낀 순간의 쾌락이 끝나는 그 때부터, 내가 느낀 모든 것들은 허상이 되고 정확히 딱 그만큼의 고통, 좌절, 아픔, 슬픔, 불행이 우리에게로 온다. 서서히, 어김없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우리에게 온다. 약물의 선택은 자신이 한다. 책임도‘자신 몫이다’라는 이 간단하고 명확한 진리가 나를 단약의 길로 인도하는 힘이다. 의존자들은 여러 사람의 관심, 사랑, 도움이 필요하다. 정교하고 준비된 시스템, 교육, 환경, 공동체, 기관, 상담원, 사회복지사, 공무원, 의료인 등….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체험한 작은 진리의 하나는“약물을 선택하는 그 순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선별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이 정해 놓은 이 진리에서 벗어날 인간은 없다. “선택은 당신이 하라.” 나는 송천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입소생활을 하였다. 갈 곳이 없어 찾아온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단약, 회복, 재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모두 다 이유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이 길에 있고 이 길을 가야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이 알고 인정할 때 진정한‘단약의 길섶에 들어선 것이다.’치료공동체에서의 가장 큰 동기는 진정한 회복이란 가치관, 정체성의 변화에 있다. 나는 변화한 것이 아니라 변화되어 가고 있다. <2006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