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따로 없다

마약이 따로 없다

  • 작성자 서울본부
  • 작성일 2014-07-04
  • 조회수 7238


인천시궁도협회장/전 인천시약사회장

오래전, 모 기관장과 사회단체장들이 참석하는 모임의 소분과 정기 간담회가 있었다. 당시 지자체 선거를 앞둔 시기인 만큼 대화의 주제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후보자는 정치가 마약 같다며 자신의 심경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그것은 일단 당선되고 나면 대중의 박수를 받고 플러스알파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정치의 맛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PC방에 틀어 박혀 게임에 몰두하느라 학업을 소홀히 하는 학생, 직장을 등한시 하는 직장인, 그리고 어린 자식이 굶어 사망할 정도에 이르도록 가사를 포기한 부녀자도 마약 이상의 중독자가 아닐 수 없다.

친지 가운데 식사 중 수저나 물컵을 들었을 때 파킨스 증후군처럼 심하게 손을 떠는 분이 있다. 이유를 물으니 머리가 아플 때마다 작은 병에 든 감기약을 오래 복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감기약이라면 나 역시 감기가 아닌 신경성 두통약으로 자주 복용하다가 중독 직전에 탈출한 경험이 있다. 처음엔 반 병을 마시던 것이 나중엔 하루 다섯 병까지 양이 증가해야만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고 위장 장애까지 일으켰지만 약국을 폐업한 후에야 끊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마약이란 단어는 특정 약물을 지칭하기 전에 ‘반복하면 헤어나지 못하는 중독’을 암시하는 대명사가 됐다. 마약 퇴치 캠페인에 나서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약이라는 물건을 본 적도 없는 나에게 마약을 하지 말란다”며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런 분들에겐 출입국 시 모르는 사람의 보따리를 절대로 대신 들어주지 않는 것도 마약 퇴치의 방편이라고 계몽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음먹고 마약을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듯 어린 시절 호기심에 담배와 본드를 맛본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대마를 말아 담배처럼 피우고 망설임 없이 필로폰이나 우유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것이다.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마약과 무관한 학생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고 백일장과 포스터 공모전을 여는 이유도 어릴 때부터 흡연·본드·약물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기 위해서다.

평소에는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 술만 마시면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폭군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술도 마약처럼 엄격히 관리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지난 6월 23일 오후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본부장 김수경)와 경인지방식품안전청(청장 김인규)은 제28차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서 해외여행자를 대상으로 홍보용 부채와 물티슈를 전달하며 캠페인을 벌였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영구 이사장도 서울에서 어려운 행차를 한 이날 캠페인 행사 중엔 OX퀴즈 문제풀이도 있었다.

현재는 검찰 특수부로 불리지만, 내가 인천지방검찰청 구속심사위원 시절 마약사범을 다루는 검찰 부서는 마약·조직범죄수사부(마조부)로 부를 만큼 마약 청정도시 인천을 사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인천공항본부세관의 발표에 따르면 금년 5월 말 현재 인천공항의 마약류 밀수 단속 실적은 139건(중량 16㎏)으로 작년에 비해 22%(중량 14%)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 신종 마약류 밀수는 112건으로 작년에 비해 171%나 증가했으며, 합성 대마는 지난해 1~5월 사이 8건에 불과하던 것이 금년 같은 시기엔 69건으로 급증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강력한 마약 밀수 단속과 함께 약물 오·남용 및 마약류 예방교육이 절실한 현실이다.

기사제보 :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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