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F
PRINT

30주년 특집 인터뷰

유일한 마약류 교육·재활
전문기관 30년,
그 역할과 위상이 커져야 합니다

alt
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마퇴본부가 어느덧 30주년을 맞았습니다. 30년 전, 어떤 취지로 설립되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1980년대, 마약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약의 제조부터 유통까지 동아시아에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었죠. 당시 정부는 공급 차단을 위해 마약왕 등 마약범죄자를 대거 잡아들이며 자정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의 기관이 중심이 되어 마약류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데만 집중했을 뿐 수요 억제를 위한 국민 계몽 기관은 없었습니다. 점차 마약류 중독 예방과 교육, 재활을 위한 기관의 필요성이 커지자 마약퇴치 민간기구 설치를 대한약사회에 일임하여 1992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탄생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마약중독자 발생 양상이나 관련 제도도 많이 바뀌었을 텐데요. 마퇴본부가 걸어온 길도 시기별로 크게 변했을 것 같습니다.

마퇴본부가 설립되었을 당시에는 대대적인 단속으로 마약류 사범이 감소추세로 돌아선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마약류에 대한 심각성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 등 대면방식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쳤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마약 문제가 다시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마퇴본부는 2002년 국내 최초로 마약류중독자 입소 시설을 설치하고 전국 12개의 예방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최근에는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초중고 교육 현장에서의 마약류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었습니다. 마퇴본부는 이에 대응해 대면교육은 물론 온라인교육, 교사 대상 교육 등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약류 사범의 사회 복귀를 우선시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마약류 사범 기소유예교육, 교정시설 수감자 교육, 보호관찰대상자 교육 등 재범 방지 교육에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정부의 마약류 중독 관리 정책에 있어 중요한 두 축이 단속·처벌과 예방·교육입니다. 마퇴본부는 후자를 담당해왔는데요. 지난 30년을 돌아봤을 때 의미 있는 성과들을 꼽아주세요.

첫째, 마약류 사범을 대상으로 한 유일한 재범 방지 전담 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보호관찰소, 교도소 등과 연계하여 지금까지도 꾸준히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째, 청소년 마약류 예방 교육 전문기관으로 위상을 확립했습니다. 최근 들어 10대 마약류 사범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무려 500여 명이 적발되었습니다. 암수 범죄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10대가 마약류에 노출된 상황인 만큼 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셋째, 국내 유일의 마약류 중독자 재활지원시설인 ‘중독재활센터’를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 중입니다. 마약류 중독자가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넷째, 전국 12개 지부가 지역 약사회를 주축으로 예방과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촘촘한 지역망을 갖춘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 사범의 재발 방지 교육과 재활, 전방위적 예방 활동에 있어 독보적인 기관으로 성장해왔는데요. 그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본인의 선택으로 마약을 시작했다면, 최근에는 범죄에 악용되어 마약중독에 이르는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마약중독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바뀌어야 합니다. 마약류 중독자는 범죄자 이전에 중독이라는 뇌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이자 우리 사회의 시민입니다. 무조건 경계하기보다는 환자로 바라보며 이들이 약물에 다시 손대지 않도록, 재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식 전환을 위해 마퇴본부도 힘쓰겠습니다.

마약류 사범이 급격하게 늘면서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고 말았는데요. 이런 때일수록 마퇴본부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어떤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약류를 취급하고 공급하고 접하는 사람을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마약을 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꾸준히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마약류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중독의 폐해를 알려 경각심을 높여야 합니다. ‘마약은 안 좋고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확고하게 심어줘 접근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서울경찰청과 마약류 교육을 함께 추진하는 MOU를 맺기도 했습니다. 또 한 축은 재활입니다. 이미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들이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독재활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합니다. 예방과 치료/재활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마퇴본부의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까요?

지난 30년 동안은 마약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가 무엇이고 어떤 위험을 품고 있는지 그 실태를 알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법론을 정립했습니다. 이제는 그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실질인 개선을 이끌어야 합니다. 마약류 중독 실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만 1만 6,000여 명, 인구 10만 명당 20명이 넘는 수준으로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라 볼 수 없습니다. 암수 범죄는 30배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마약류 접하는 나이 또한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40대 이하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마퇴본부가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커져야 합니다. 인적 구성이 늘고, 열악한 각 지부 조직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충분한 예산 확보입니다. 마약류 중독 폐해로 들어가는 사회간접비용이 약 3조 원에 달합니다.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마퇴본부에 대한 예산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 30억 원의 예산으로 꾸려가고 있는데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지역본부의 경우 지자체 지원 60%, 약사의 후원 30%로 운영될 정도로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적어도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돼야 더욱 효율적인 예방 교육과 적극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명감에만 기대지 말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현장에서 애써주신 마퇴본부 관계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퇴본부의 근간을 세운 약사회와 약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봉사와 희생정신을 가지고 전문 지식을 사회에 전파하며 마약류 중독 예방에 앞장선 공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계신 본부 및 12개 시도 지역본부 구성원과 임원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봉사에 덕분에 마퇴본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마약류를 관리하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할 수 있도록 여건 개선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물질적인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은 물론 마음으로 응원해 주는 시민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변치 않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마퇴본부가 사회에 존경받고,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함께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아요 0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