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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만나는 중독자, 함께 희망을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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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 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위원
- 전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


중독의 시대다. 대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자 전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으 로 20여 년간 마약퇴치 활동에 힘써온 이재규 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위원. 그는 현재 우 리 사회를 공부도 일도 중독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중독의 시대’라 규정한다. 중 독에 익숙한 이들에게 마약이 다가오면 누구든 빠져들기 쉽다. 마약과 가까이 하지 않도 록,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약사이자 마약퇴 치 활동가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재규 위원은 다방면의 마약퇴치 활동을 제안한다.


20년간 마약중독자를 만난 약사

약사로서 초중고등학교 약물남용 예방교육을 진행하던 이재규 위원.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틀에 박힌 교육으로 예방이 될까? 마약중독자와 중독 현장을 직접 찾아다닌 건 이 때문이었다. 왜 중독자가 되었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깊게 파보는 게 우선이었다.

“마음이 황폐하고 상처를 가진 이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해요. 집착, 불안, 분열, 중독 등의 증상이 발현되는 한 시점에 약물이 근처에 오면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어떤 연령, 어떤 직업, 어떤 사람이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죠. 특정한 일부 계층이 아니라 누구라도 약물 중독의 위험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재규 위원은 학술적, 상식적으로 알던 마약중독을 실제 환자를 만나며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책이나 미국 영화에 나오는 아편이나 헤로인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약물로 금단증상이 고통스러운 형태로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로 유통되는 필로폰은 흥분제다. 금단 증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주변 사람이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스스로 중독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집착과 의존도는 점점 심해져 서서히 사람을 죽여간다. 20여 년간 그렇게 중독자와 가족을 만나 고통도 보고 재활의 희망도 본 이재규 위원은 그 실체를 명확히 알리기 위해 지난해 《따라꾸미》라는 책을 펴냈다.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한 책의 목적은 뚜렷하다. ‘마약은 정말 손대면 안 되겠구나’를 깨닫게 하는 경고의 메시지이자 ‘중독자의 상태가 이렇구나’를 생생히 알려주는 보고서이다. 덕분에 중독자 가족이 중독자를 이해하는 지침서로 유익하게 활용한다는 감사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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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노래하는 재활과 희망

이재규 위원은 올해 2월까지 6년 동안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를 이끌어왔다. 예방교육에도 집중했지만 중독자들이 지역사회와 분리되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많이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나 대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교육받고 산행하고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더니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사회와 분리되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릴 때 더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이죠. 이 변화 사례를 편지 낭독이나 연극으로 보여주다 일이 커져 뮤지컬까지 만들게 됐지요.”

마약중독에서 벗어난 회복자가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미션》은 중독자들에게 ‘나도 약물을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며 치료의 길로 이끄는 프로그램이었다. 한마디로 문화 치료인 셈이다. 뒤이어 중독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각인》이 무대에 올랐고, 한 중독자의 인생을 그린 《플랫폼》도 공연 예정이다.

“재활과 뮤지컬이 하나가 된 거죠. 중독자는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가족이나 일반인, 관련 공무원들은 중독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도와야하는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각인》은 7월 한달간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플랫폼》은 6월 6일부터 9일까지 대구에서 공연하니 꼭 한번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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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 현장과 정책 사이를 잇다

이재규 위원은 늘 국가나 기관의 정책·제도가 마약중독자의 실상과 거리감이 있다고 느껴왔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마약관련 12개 정부부처 실무자가 함께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의 민간위원 6명 중 한명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넓히고, 중독 현장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이재규 위원의 활약이 벌써 기대된다.

“중독자와 비중독자를 너무 분리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내 가족 중 한명도 언제든 약물중독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거든요. 마약중독을 뇌질환으로 보고 치료와 재활에 더 적극 나서야하고,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이재규 위원은 약사로서 접근성이 좋은 약국이 중독자를 돕는 상담소가 되길 희망한다. 중독자를 상담하고, 치료소나 재활센터로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고, 중독자 가족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는 거점이 되는 것이다.

“할 일이 아직 많아요. 뮤지컬을 통해 중독자를 치료하고 재활시키는 동시에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는 성공 사례를 남기고 싶어요. UN에서 도 공연하고요. 조만간 중독자의 구체적인 변화와 회복 사례를 담은 《따라꾸미》 2편도 펴낼 예정이고요,”

중독자를 편견 없이 바라보며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해 이웃으로 함께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는 이재규 위원. 마약퇴치에 이토록 열정을 쏟는 이유를 '사회적 책임‘이라는 간결한 한마디로 답하는 그가 참 든든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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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약력
현 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위원(국무총리훈령 제696호)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
현 대구광역시약사회 대외협력단장
현 국립부곡병원 자문위원
현 생명샘약국 대표약사
전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
전 대구서부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
전 대구광역시 약물 오남용 예방 및 치료재활 사업추진단 위원장
전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류 명예지도원
전 대구광역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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